2022.07.14 16:57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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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스트로벨 (Lee Strobel)은 저널리스트로, 설교자로 유명한 분입니다. 이 분은 아버지와 관계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그의 책 “은혜, 은혜, 하나님의 은혜” 에서 아버지와 관계가 틀어진 것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날은 내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밤 이자, 내가 아버지께 거짓말했다가 완전히 들통난 날이었다.  아버지는 나를 조롱하며 왼쪽 새끼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 "너 한테, 줄 사랑은, 이 새끼 손가락 만큼도 없어!" 그 말이 비수처럼 내게 와 박혔다. 아버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TV만 봤다. 그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내게는 아버지가 필요 없었다.  그때 난 건방지고 충동적이었고, 야심에 차 있었다.  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서둘러 싼 짐 가방을 끌고 뒷문을 쾅 닫고 나와 기차역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늘 궁금한 게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과연 나는 눈물을 흘릴까?'  아버지는 나한테 줄 사랑이 새끼 손가락만큼도 없다고 단언하셨는데. 나도 그날 문을 쾅 닫고 집을 나올 때,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는 한 번도 내게 연락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늘 돌아오라고 성화였다. 그 뒤로 우리는 점잖게 먼 관계를 유지했다. 아버지가 대학 등록금을 감당해 주셨지만 나는 한 번도 감사한 적이 없다.  아버지는 내게 편지를 쓰신 적도, 내 집을 방문하신 적도 없다.  심지어 내 졸업식에도 오지 않으셨다.  내가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결혼할 때 부모님이 축하 연회를 여셨지만, 그때도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대화가 없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트리뷴> 신문사의 기자로 채용되었다. 나중에 법쪽에 관심이 생겨 휴직하고 예일대학교 로스쿨에 들어갔다. 졸업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아침에 친구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달려갔다.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열린 관 앞에 오래오래 서 있었다.  평생의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가면서 만감이 교차되었다. 할 말이 전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이 정말로 많았다.  깨진 부자 관계에서 나는 평생 수없이 그것을 합리화했다. "아버지가 먼저 나 한테 사과 하셔야 했어.” 때론 자존심이 나를 막았다. “내가 왜 굽실거려야 해?” 어떤 때는 막연히 뒤로 미루기도 했다. “나중에 해결하면 되지 뭐."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나는 아주 오래 전에 했어야 할 말을, 아쉽게도 이제야 겨우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지난 세월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거짓말하고 아버지를 무시했던 게 죄송했다.  배은망덕한 내 행동이 정말로 죄송했다. 처음으로 나는 우리의 어긋난 관계에 대한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버지와 악연에 대한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었다.

 

   그때 아버지의 사업 동료 한 분이 다가와 물으셨다.  "자네가 리인가?"  “예.” "말로만 듣다가 이렇게 만나니 좋구먼. 저 친구는 입만 열었다 하면 자네 얘기였어. 자네와 자네가 하는 일을 끔찍이도 자랑스러워 하시고, 대단하게 여겼지.  자네의 글이 <시카고 트리뷴> 에 실릴 때는 그걸 오려서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곤 했다네.  자네가 예일 대학교에 갔을 때는 그야말로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더군. 우리한테 늘 자네 아이들의 사진도 보여 줬다네. 아들 자랑이 끊이질 않았지. 이름만 듣다가 드디어 얼굴을 보니 좋구먼, 하긴 자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말이야." 나는 충격을 받았다. 현기증이 나서 의자를 잡고 간신히 서 있었다. 이런 말을 아버지가 나에게 직접 해 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 관계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이것이 아버지입니다. 겉으로는 매정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습니다. 자녀에게 말하지 않지만 그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내 자녀가 있다는 것을 즐거워 합니다.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그 말을 마음에 묻고 가는 것이 아버지입니다.

   이런 부자관계도 끊어지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것은 생명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평생 후회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너를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라고 합니다. 너를 낳은 어미를 기쁘게 하라고 합니다. 이것이 자녀가 효도해야 할 이유입니다. 이것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해야 할 이유입니다. 가정의 달에 다시 한번 부모님을 기억합니다.